성공한 쇼핑도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망한 쇼핑이 된다_리바트 로티르 4인 원형식탁(주범은 메이빌체어)

 

분명히 구매 초기에는 대단히 만족스러웠던 제품이라도 나의 생활이 바뀌면 망한 쇼핑이 충분히 될 수 있다. 구매할 때부터 알고 있었더라면 그런 실패는 없었겠지만 인생은 늘 변화무쌍, 게다가 쇼핑에 쇼핑이 더해지면 변수가 계속 생겨나게 마련이다.


나에게 r바트 로티르 4인 원형식탁이 딱 그런 케이스이다. 사실 식탁 자체에는 큰 죄가 없다고 볼 수 도 있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나에게 크나큰 불편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망한 쇼핑 대백과에 충분히 실릴만한 쇼핑이 분명하다.



성공한 쇼핑도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망한 쇼핑이 된다 1. 나는 왜 이 식탁을 샀는가?

원래 나는 좁은 집에서 활용도가 높았던 이케아 접이식 식탁을 사용중이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크고 접었다 폈다 하는 식탁의 귀찮음을 버티기 어려워지면서 늘상 펴놓게 되자 죽는 공간이 없는 원형 식탁을 고민해보게 되었다.

1년 정도 후에 이사를 갈 생각이 있었고 아이들이 더 크면 더 큰 식탁을 구매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이면서 의자까지 포함된 것이 매력적이었던 L바트의 로티르 4인 원형식탁을 골랐다. 그러면서 등을 감싸주는 라운드 형식의 메이빌체어를 옵션으로 골랐다.

여기서 나는 크나큰 실기를 하고 만다. 의자를 디자인만 보고 고른 것이다. 처음에는 등을 감싸주는 편안한 의자 모양이 마음에 꽤 들었고 식사를 하거나 노트북 작업을 할 때 등이 편해서 아주 좋았다. 하지만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이건 굉장히 불편한 포인트로 변해버렸다.

2. 로봇청소기의 등장

분명히 성공했던 쇼핑이 순식간에 망한쇼핑으로 변하는데는 로봇청소기의 등장이 한 몫을 했다. 그동안은 무선청소기 등을 통해 청소를 해오다가 아이들이 어지르는 것도 많아지고 청소로 스트레스 받는 나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겠다는 남편의 야심찬 다짐을 통해 갑자기 로봇청소기를 구매하게 되었다.

중저가 로봇청소기였지만 청소자체는 만족스러웠다. 물론 라이더 등 최신기술이 탑재될만큼 고가의 라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회피기능은 없었고 그래서 청소기를 돌리기 위해서는 바닥의 모든 물건을 위로 올려놓아야만 했다. 

이때부터 이 식탁과 의자는 망한 쇼핑 대백과사전의 표지에 등장할만큼 굉장히 나에게 불편함과 짜증을 안겨주기 시작한다.

3. 식탁에 올릴 수 없는 의자와 로봇청소기의 만남

초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난 후 청소를 하려면 책상에 의자를 뒤집어서 올려놓는게 국룰이다. 로봇청소기는 내가 청소하기 힘든 쇼파나 침대 밑을 깔끔히 청소해주긴 하지만 의자등이 있는 곳에서는 동선이 나오지 않아 청소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겨난다. 

그래서 식탁 의자를 식탁에 올려놓기 시작했는데 의자의 라운드된 등받이 부분과 리바트 로티르 4인 원형식탁은 서로 라운드진 부분의 각이 전혀 맞지 않는다. 의자를 뒤집어서 올려놓으면 의자가 임신한 배처럼 툭 튀어나와서 안정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식탁 다리를 기준으로 의자를 하나씩 끼워넣어도 밖으로 어느정도 튀어나오는 데다가 식탁 자체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의자 3개를 올려놓으면 마지막의자는 어쩔수 없이 의자3개와 겹쳐진채 올릴 수 밖에 없다.

로봇청소기가 없었다면 전혀 느끼지 못했을 불편감이지만 나는 이미 로봇청소기를 사용하고 있고 절대 로봇청소기가 없는 시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건 마치 세탁기가 없던 시절 빨래터에서 빨래를 해야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과도 같기 때문이다.

결국 위태롭게 올라간 의자 3개위에 더 위태롭게 하나의 의자를 올려놓고 ㄴ로봇청소기의 청소루틴이 끝나고 난 후 하나씩 의자를 내리다가 결국 나머지 의자들이 바닥에 나뒹구는 일이 매일, 매번, 반복된다. 

이건 식탁 잘못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나도 로봇청소기를 사게 될 줄 몰랐고 둥그렇게 등을 감싸주는 의자가 앉을 땐 편해도 올려놓을 땐 쥐약이라는 걸 몰랐다. 서로 비긴거다. 

망한 쇼핑은 이렇게 갑자기 뒤통수를 치듯이 생겨난다. 우리는 매일 물건을 사고 쓰지만 원래 물건이 다른 라이프스타일과 충동할 때 일어나는 다양한 변수들까지는 생각하면서 살 수 없다. 살 수도(BUY) 없고 살 수도(LIVE) 없지.

어쨌든 처음에 성공했다고 다 자만하지 말 것. 언젠가는 망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만족스러운 관계라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만 기억해도 뒤통수 맞은 기분은 덜 느끼겠다 싶다. 

매일 시지프스가 바위를 옮기듯 의자를 식탁에 올리고 낙석을 피하듯이 떨어지는 의자를 피한다. 내가 뭐 그렇게 큰 죄를 지어서 맨날 이 고통을 당하나 싶다가도 그 덕에 청소는 하지 않으니 이 정도 형벌쯤은 받아도 되나 싶다.

망한 쇼핑은 속은 상하지만 그래도 이런 웃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면에서는 가끔 일어나도 좋을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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