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동안은 망한 쇼핑으로 기록될 쇼핑. 자코모 루셀 슈렁큰 천연면피 소가죽 소파 3.5인

 

이사할 때 그 전 집에서 쓰던 패브릭쇼파를 관리하기 힘들어서 버리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진짜 찐 망한 쇼핑이었던 것이 세탁이 가능하긴 했지만 건조기 사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좁은 집에서 소파천을 건조기없이 말리는 건 불가능했고 애들은 어렸다. 그래서 건조기에 들어가서 건조된 소파천은 쪼글쪼글해졌고 갈아끼울때마다 안간힘을 쓰게 되었다. 뭐 하지만 30만원도 안 하는 저렴이 버젼이었고 지금 우리집엔 없는 존재이니 스킵하겠다.

그래서 새 집에 어울리는 소파를 이번에는 관리하기 편한 가죽으로 사겠다! 마음먹고 다양한 소파업체를 직접 방문해서 앉아봤다. 그때 느꼈다. 소파는 쇼핑하면 망하기 참 좋은 품목이구나! 하고. 물론 나 역시 이번 소파 쇼핑은 망했다.



앞으로 10년동안은 망한 쇼핑을 기록될 쇼핑 1. 가죽소파구매의 맹점

남편과 나의 키 차이는 15cm정도이다. 커플 사이의 키로는 꽤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소파에 앉게되면 어떨까? 패브릭소파라면 적당히 푹신한 것이 몸을 감싸줄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단단한 가죽소파라면 어떨까?

가죽소파는 패브릭소파와 달리 그 모양과 형태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물론 푹신한 류의 가죽소파도 존재하지만 그건 관리도 더 어렵고 가격도 훨씬 비싸기 때문에 내가 쇼핑할 품목 자체가 아니므로 스킵하자. 보통의 소가죽으로 만든 소파들은 본래의 모양이 무너지면 소파의 형태자체가 보기싫게 변하기 때문에 단단한 느낌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소가죽소파의 단단하고 정돈된 느낌이 좋아서 구매를 마음먹었지만 소파업체에 방문해서 각자 이쁘다고 생각하는 소파에 앉아보자마자 문제가 생겨났다. 소파의 단단함과 부드러움은 선호도의 문제라고 쳐도 소파의 등받이 각도와 높이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가 천차만별인 것이다.

소파업체의 직원도 키와 경추의 각도에 따라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소파는 꼭 앉아보고 사라고 조언해줬다. 근데 부부가 똑같은 키와 똑같은 경추 각도를 가진 경우가 몇이나 될까? 거기서부터 문제다.


2. 소파 선택의 주도권을 놓치는 순간 망한다

자코모 소파 매장에 가보면 어느소파든지 다 앉아볼 수 있다. 비싼 쇼파부터 저렴한 버젼까지 모든 쇼파에 앉아볼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앉아서 보통 tv를 보는지 책을 읽는지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해보라. 어떤 자세로 앉아있는 경우가 많은 지 먼저 떠올리고 그 자세로 소파에 앉아보라. 그럴때 편해야 진짜 나에게 맞는 소파다. 

나는 남편과 체형이 다르고 키도 다르기 때문에 내가 편하고 느끼는 소파와 남편이 편하다고 느끼는 소파에는 굉장히 큰 갭이 있었다. 그렇다면 둘 다 편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가진 소파를 골랐어야하는 게 맞다. 하지만 여기서 남편과 나는 실기를 범하고 말았다.

나보다 키가 커서 앉은 키도 큰 남편이 등을 기댔을 때 조금이라도 더 편한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믿어버린 것이다. 그런 기준을 가지게 되어 버리자 등받이의 높이는 올라갔고 앉는 부분의 넓이는 길어졌다. 덕분에 나는 지금 소파에 앉으면 무릎을 굽히면 다리를 내리려면 등을 뒤로 불편하게 눕혀서 대야만 하고 다리 역시 바닥에 닿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등을 기대면 역시나 다리가 불편하다. 이럴꺼였으면 스툴쇼파를 추가구매했어야하는 것인데 우리집이 크지 않아서 스툴은 또 구매하지 않았다. 이제와서 스툴을 구매할까? 싶지만 역시 집은 좁고 가죽소파 특성상 구매 후 생활감이 더해져 색이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지금 새 스툴을 사면 색감이 달라서 이상하게 보일 것이 분명하다.

남편은 지금의 소파를 매우 만족해한다. 나는 앉을때마다 요상하게 불편하고 등을 기대면 등 위로 소파가 솟아있어서 머리를 완전히 눕듯이 기대야해서 tv를 등대고 볼 수가 없다.

3.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소파를 산다면

아마도 목쿠션을 추가할 수 있는 버젼의 소파를 구매하게 되지 않을까? 나의 목길이에 맞춘 높이에 남편의 앉은키와 경추 각도를 고려한 목쿠션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는 버젼을 사게 될 것 같다. 물론 그런 디자인은 내 스타일이 아니긴 하다.

루셀 소파의 기본 디자인은 딤플모양도 두드러지지 않고 금속다리도 매끈한 내가 굉장히 선호하는 심플한 스타일이다. 팔걸이 역시 매우 넉넉해서 책을 몇 권 올려놔도 부담없고 낮에 잠깐 낮잠을 자려고 누워도 아주 딱 좋은 높이다. 은근히 부드럽고 고급스러워보이는 슈렁큰 가죽과 적당히 단단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충전재 역시 아주 좋은 점수를 주고 싶고 컬러 역시 크림아이보리 컬러가 밝은 원목을 바탕으로 인테리어한 우리집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 예쁜 소파가 나의 체형에는 맞지 않아 앉을때마다 힘들다. 사랑하는데 사랑하기 힘든 느낌이랄까? 소파때문에 남편과 따로 살 수는 없는데 이 소파를 안 쓸 수도 없다. 적어도 10년은 함께 해야한단 말이다.
함흥차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듯 아무리 멋진 소파도 내 체형에 안 맞으면 고문의자가 따로 없다. 나는 앞으로 10년동안 이 예쁘지만 불편한 아이와 살아나가야한다. 이 정도로 망한쇼핑이지만 오랫동안 함께해야하는 품목이 있던가?

누군가를 배려하는 좋은 마음이더라도 나를 너무 소홀히하면 나중엔 꼭 사단이 난다. 좋은 마음은 편안한 마음이 함께 있어야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것 같다. 남편을 위한 마음으로 이 소파를 골랐지만 앉을 때마다 남편을 탓하게 되는 내 마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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